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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픽 테스트는 처음이었고, 어떤 시험인지는 몰랐지만 외국에 거주했던 경험이 있으면 오픽이 토스보다는 훨씬 나을 것 이라는 말에 오픽을 준비했다. 나는 근래 교환학생을 유럽으로 한 학기 다녀왔기 때문에 오픽을 준비했고, 솔직히 IH만 받아도 다행일 것 같다는 생각은 했지만 AL을 받아서 기뻤다. 왜냐하면 개인적으로 아직 외국인과 대화할 때 리스닝도 많이 부족하고, 스피킹은 더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실까 봐 교환학생 가기 전의 스피킹 수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교환학생 가기 전에는 해외 체류 경험이 없고, 외국인과 대면으로 대화한 경험이 거의 전무하다. 더불어 군대를 다녀온 뒤에는 그나마 되던 리스닝과 스피킹 능력마저 다 상실해서, 외국인 교수님께 영어로 간단한 것 질문이라도 하려고 하면 심장이 빨리 뛰고 얼굴이 빨개지기도 했다. 심지어 교환학생으로 선발되어 스피킹 준비를 위해 영어 전화를 몇 달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되자 심각성을 느끼고 영어 회화 스터디를 하기도 했다. 관련 이야기는 나중에 별도로 써보도록 하겠다.
AL 취득 후기이긴 하지만 시험의 디테일한 내용이나 문제 세트에 대해서는 따로 서술하지 않겠다. 다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시험에 임했던 내용과 내가 모르는 문제를 만났을 때 어떻게 대처했는지에 대해서 적도록 하겠다. 이 내용에 앞서 나는 유튜브 오픽노잼 채널(https://www.youtube.com/channel/UCw4izi2fsJzFltt3EbmokWA)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사실을 밝힌다. 이 채널의 영상을 보면서 준비를 했고, 실제로 좋은 결과를 얻었다. 이 글은 나의 경험이기도 하지만 채널의 내용과 겹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염두하고 읽어주길 바란다.
내가 시험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시험을 앞두고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을 따로 정리하긴 했지만, 막상 실전에 임하면 이론만큼 되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그나마 내가 염두에 두고 노력했던 포인트가 몇 가지 있다.
- 톤을 높여서 말하기
- 내용을 약간 과장하기
- 감정 위주로 말하기
- 말을 끊기지 않게 하기
나는 말할 때 기본적으로 톤이 낮은 편이다. 남자라서 그런 것도 있고, 평소에 오버해서 말을 하지 않는 습관이 있기도 해서 그렇다. 하지만 이 시험은 언제나 말하기만 보는 시험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오버를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들었고 실제로 내가 청자여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기본적으로 톤을 높였다. 톤을 높이면 보통 목소리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처음에 목소리 세팅 시에 신경을 많이 썼다. 톤을 높이고 발성도 어느 정도 크게 만든 후 노이즈가 끼지 않는지 확인했다.
내가 언제나 이야기를 하면서 깨닫는 사실이지만, 예능에서도 그렇고 과장은 재밌는 이야기를 위해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기도하다. 소위 MSG를 친다고들 하는 그런 것이다. 가령, 나쁘지 않았던 경험들도 굉장히 좋았다 (gorgeous / absolutely amazing / incredible / first time or have never p.p before 등등...)라고 표현을 해주었을 때 스토리텔링이 더 살아나는 효과가 있다. 물론 이야기를 깊게 파고들거나 충분한 근거들을 이야기하면 생각보다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오픽에서 이야기하는 시간은 길어봐야 2-3분이라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또한 오픽의 채점자는 나를 처음 봤고 두 번 다시는 볼 일이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과장해도 된다. 단, 거짓말을 많이 섞으면 내용 앞뒤가 안 맞거나 부실할 수도 있어서 이 부분은 장담을 못하겠다. 나는 내가 겪은 이야기만 하려고 했다.
그리고 감정 위주로 말하는 것은 오픽노잼 영상에서 많이 강조하던 것이다. 요지는, 디테일을 설명하려고 하면 일단 길어지고, 재미가 없어질 수 있으며, 영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차라리 감정 위주로 말을 하면 표현하기도 쉽고 간단하며, 흥미가 더 살고, 단어 몇 개만 쓰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나는 I felt / It was (감정)을 정말 많이 사용했다.
기본적으로, 말을 끊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filler들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것은 나의 팁이 따로 없다. 내가 유럽에 체류하며 만난 영국인들과 미국인들의 말투나 억양, 쓰는 단어들을 흉내 내다보니 나만의 filler들이 자연스럽게 생겨서 이것들을 체화시켜서 말에 녹여내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내가 많이 쓰는 것은, man / you know / I was like / and then 혹은 and then like / I mean / you know what I mean 등이다. 솔직히 말하면 외국인들과 대화 경험이 별로 없으면 이걸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것은 조금 어려울 것 같다고는 생각한다. you know / you know what I'm saying (유남쌩-) 정도면 아무 데나 끼워 넣어도 되기 때문에 별 상관은 없을 것 같다. 실제로 어떤 미국인 할머니께서 몇 분 동안 친구분과 대화하시면서 유노를 수십 번 구사하시는 것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에 유노 남발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익히고자 한다면 그나마 외국 유튜버들의 영상을 리스닝 익힐 겸 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관련이 없는 문제를 만났을 때
분명히 오픽 시험 시작하기 전에 이런저런 사항에 대해서 체크를 하지만 나는 게임을 보통 고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고, 최소 15개(부정확함)는 고르라고 명시되어 있었기에 평소 즐겨하는 것으로 게임을 골랐다. 하지만 그게 초반에 연속으로 고통을 줄지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왜냐하면 보드게임 질문만 3 연속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서방권 문화를 기반으로 해서 보드게임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보드게임을 안 하는데 처음에 보드게임 질문이 나오자 뭐라고 답변해야 될지 막막했다. 그럴 때 오픽노잼 영상에서 봤던 내용이 생각났다. 문제에 정확하게 일치하는 답변이 아니더라도 내 경험으로 이끌어내서 얘기하라는 내용이었다. 왜냐하면 원어민도 본인이 답변하기 힘든 문제에 그저 본인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것을 봤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오픽 문제에 정확히 답변하지 않아도 괜찮다고들 했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바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상했기 때문에 대략적으로 이렇게 답변했다.
"솔직히, 난 한국에 사는데 한국애들은 보드게임을 즐겨하지 않아. 보드게임 카페는 있겠지. 홍대나 강남같이 유명한 곳에 가면 보드게임 카페가 좀 있을 거고 나도 가봤지만, 평소에는 전혀 즐겨하지 않아. 내가 사는 도시에서도 찾기 힘들어. 대신, 내 또래 남자애들은 보통 피시방에 가서 롤이나 오버워치 같은 온라인 게임을 해. 너도 아마 들어본 게임들일걸. 나도 학생 때 보통 피시방에 놀러 갔고, 이런 온라인 게임들을 하면서 친구들이랑 놀고 친해지고 그랬어."
그래도 3 연타로 보드게임 질문이 나오고, 마지막 3번째 보드게임 질문은 보드게임했던 것 중에 하나를 잡아서 룰을 설명해보라는 문제였다. 8번쯤 됐던 것 같다. 처음에 많이 당황해서 부루마블 이야기를 할까 했는데, 애초에 룰 설명하는 게 너무 어려울 것 같기도 해서 일단 이렇게 시작했다.
"man, 내가 아까도 얘기했던 거지만, 난 보드게임을 거의 안 한단 말이야. 그런데 네가 3번이나 계속 연속으로 물어보고 있어. 심지어 규칙까지 설명해보라고 하니까 진짜 당황스러움."
그러고 나서 내가 교환학생 때 기숙사에서 했던 Kill Hitler라는 게임이 생각났다. 독일에서도 즐겨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침 기숙사 bar에서 술 먹다가 하게 되었고 그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딱 한 시간 정도 했던 기억이 났다. 그래서 이걸 이야기했다. 근데 규칙은 정확히 기억 안 나서, 두 반대되는 팀으로 나눠지는데, 주사위 굴려서 포인트를 얻으면 상대방을 죽일 기회가 있는 카드를 얻을 수 있다. 정도로 설명했다. 그리고 그다음엔 그저 잘 기억 안 난다고 말하고 "나도 아까 말했지 보드게임 잘 몰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게"라고 하고 끝냈다.
정말 이렇게 말해도 된다는 사실을 공유하고자 답변을 자세하게 써봤다. 모르면 모른다고 이야기하고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하되 시간 어느 정도 차면 넘어가면 되는 것 같다.
한국어로도 답변 가능한가?
결론적으로 나는 오히려 여기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왜 이렇게 생각을 했냐면, 오픽노잼 영상에서 원어민도 답변 못하는 것을 보기도 했고, 어머니께 시험 친 내용을 얘기하면서 간단한 질문들을 던져 봤을 때도 한국어 원어민이지만 답변을 거의 못하시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나는 같은 질문에도 술술 답변할 수 있었다. 그렇게 답변하는 나를 보면서 결국 한국어로도 답변이 나와야지 영어로도 답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한 소리 아니냐 할 수도 있으나 내가 오픽 관련 글 검색해보거나 강의를 봤을 때는 영어로 어떻게 답변하고 어떤 단어를 써야 하는지에만 초점이 많이 맞춰져 있길래 든 생각이다.
예를 들어, 너의 평소 일과를 설명해봐 라는 질문에, "어...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씻고 나서 일하러 나가.. 그다음에 점심 먹고.. 타이핑 작업하다가.. 집에 와.. " 같이 답변하기보다는, "어...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어, 근데 내가 보통 아침으로 밥을 먹는단 말이야? 그런데 빵이 당길 때가 가끔 있어. 그럴 때는 빵을 토스트기에 넣은 다음에 누뗄라 알지? 누뗄라 발라서 먹으면 가끔 진짜 맛있음. 그리고 나 아침에 국은 절대 안 먹는다. 소화 안 되가지고 국 먹었다가 진짜 맨날 아침에 체함."이라고 답변하면 이미 아침으로도 답변이 끝나버린다. 그리고 시간 지났다면 넘어가면 될 것이다.
마무리
솔직히 내가 오픽 시험을 단 한 번밖에 치르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 못하는 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나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기도 했고 누군가는 도움을 받지 않을까 싶어서 이 글을 작성한다. 더불어 내가 나중에 기억에 남기고 싶기도 해서 쓰는 측면도 있다. 누가 오픽 물어보면 이 글 링크나 걸어주려고 말이다. 참고로 오픽노잼 채널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 그저 도움을 많이 받아서 고마운 마음에 언급을 하는 것이다. 물론 라이브 도네도 도의상 하긴 했는데 도움받은 것에 비해 너무 적은 돈을 드린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글을 빌어서 감사함을 밝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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